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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독서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 월 스토

 

어차피 글을 쓰는 건 재능이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므로 다듬을수는 있지만 만들수는 없겠다 생각했었다.

'뇌 과학' 이라는 부제가 나를 잡아끈건 그런 연유였을거라고 생각한다.

반쯤은 오만한 마음가짐으로 그래 뭐라고 썼는지 한번 보자라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같이 읽었던 '숄로호프 단편선' 보다는 오히려 이쪽의 책을 집어드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내용이다.

다듬을 수도 있지만 (요즘 일하느라 짬내기가 귀찮기도 하고) 원래 들었던 생각 그대로를 적고 싶어서 아래에 메모했던 것을 남긴다.

 

  • 감정을 직접 기술하지 말아라. 책을 읽을 때 뇌는 글귀를 뇌 속에서 장면의 모형으로 만든다.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는 이런 모형을 효과적으로 생성하지 못한다. ‘끔찍하다’ 라고 말하지 말고 독자가 읽고 ‘끔찍하다’ 고 느끼게 만들어라. 예) ‘거리에는 똥 냄새가, 마당에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썩은 나무와 쥐똥냄새가 …. 진동했다. … 부패한 수증기와 썩은 참외와 불에 탄 동물 뿔의 악취가 뒤섞인 냄새가 근처의 골목을 가득 채웠다.(쥐스킨트 - 향수)
  • 그룹은 그 그룹에서 공유하는 이야기에 따라 성향이 달라진다. 누구나 여러 내(in)집단에 속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시기와 주변사람에 따라 자기를 여자, 회사중역, 디즈니 직원, 브라질인, 엄마로 생각할 수 있다. 주어진 순간에 따라 다른 자아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두드러진다. 자기에 관한 거창한 서사를 머릿속으로 작성하고, (심하면 중2병이 된다.) 어떤 또래집단에 들어갈 지 결정한다. 자기와 유사한 마음 모형을 가진 사람들, 즉 성격과 관심사가 비슷하고 자신과 비슷하기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의 무리에 속한다. 이념을 선택하면 게임에서 전직을 했을 때 처럼 새로운 무언가(진실)을 접하고 눈이 번쩍 뜨일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한 이야기는 진실의 절반만 믿게 만듦으로써 우리의 눈을 멀게한다. (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요즘은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더 인기가 많다. 냉소적이고 비난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질수록 주변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긍정적인 면을 믿지 않게끔 만드는 사회가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자기 부족안에서 다른 부족을 뭉개고 다양성을 지울 때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도덕적 주인공이 된 것처럼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다. (당연하다 부족사회에서 사회적 연결, 지위를 얻으려면 이런 태도는 필수다. 사실 우리는 침팬지의 사회에서 그닥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동화에서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나는 선해지고 싶은가?’ 가 아니라 ‘나는 누구와 비슷해지고 싶은가’ 라는 말이다. 라고 동화 심리학을 연구한 베텔하임이 말했다.
  • 모든 주인공은 처음 등장에서는 대부분 결함이 있고 불완전한 인물이지만 변화를 견디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영웅이 된다. 반영웅(주인공이 어쩌면 악당인.. 영화 롤리타에서와 같이) 이야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사실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까지 사랑스럽고 정의롭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야기 속에서만이라도 가면을 벗고 동화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나도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모든 사람은 내면에 악한 면을 가지고 있다.).
  • 사람들은 사람들이 왜 본인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가 이것을 잘 활용했다. 셰익스피어는 ‘왜 인물이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이유를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극적 질문의 답을 모호하게 남김으로써 작품에 독자가 끼어들 여지를 남겼다. 과학적으로도 그렇다. 사람은 자신이 왜 어떤 행위를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들다.(내가 왜 오늘 저녁에 샐러드가 먹고 싶었을까에 대한 답은 뭐.. 점심에 돈까스를 먹은 덕분에 속이 느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게 샐러드를 시켰다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순히 끼워넣은 것은 아닐까? 설사 맞는 대답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모든 행위에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김영하 작가가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서 책에 정답이 씌여지게 되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설사 창작중에 의도가 있었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순간 글로써의 매력은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독자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작가는 사건을 완벽하게 상상하고, 그런다음 그 사건에 의해 인물에게 어떤 결함있는 신념이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더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 그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알아내려 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던지는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변화할 만큼 용감한가? 이야기의 플롯이, 그리고 인생이 우리에게 묻는다.
  •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는 소설에는 다른 소설보다 ‘하다’, ‘원하다’, ‘필요하다’ 등의 단어가 두 배 이상 많이 쓰인다. 극에서 반응하고 결정하고 선택하고 혼돈을 통제하려고 시도하지 않으면 주인공이 될 수 없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는 누구인가?’ 라는 극적 질문의 답이 사실상 달라지지 않는다. 뇌의 보상기제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승한다.
  • 픽사에서 쓰는 구조 (꽤 쉬운 공식이다 알아두면 좋을 듯.. 양산형에 제격이다). 목표는 있지만 안정된 세계에 사는 주인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다움 주인공에게 도전과제가 주어지고 일련의 인과관계가 있는 사건에 주인공이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선이 악을 이기고 이야기의 교훈이 드러난다. 비슷하게 크리스토퍼 부커가 주장한 주로 나타나는 7가지 플롯이 있다. 괴물 이기기, 거지에서 부자되기, 위대한 여정, 여행과 귀환, 거듭나기, 희극 비극이다. 이 7플롯은 5막을 기본으로 한다. 행동에의 부름, 만사가 잘 풀리는 꿈의 단계, 운명이 달라지는 좌절의 단계, 악몽같은 갈등으로 내려가기, 마지막 해결의 단계 (기본적으로 우리가 배웠던 기승전결의 구조와 비슷하다. 승-전을 3단계로 해놓은 느낌이다)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서 조디아처와 매튜 조커스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7막을 따르는 베스트 셀러가 많고 가장 자주 나오고 중요한 주제는 ‘인간의 친밀감과 인간 사이의 연결’이다.
  • 뇌는 통제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