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양 독서

공화주의 - 모리치오 비롤리 를 읽고...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하는 곳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때 부터 자유와 민주에 대해서는 수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단 한번도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공화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좀 더 사소하다.
요즘 '토스'라는 기업이 눈에 밟히는데 토스에 대해서 알아보던 중 토스의 창업주가 치과의사를 때려치고
토스회사를 세우게 된 계기가 이 '공화주의'라는 책을 읽고 난 이후라고 한다.
내 속에는 위인이나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고자 하는 작은 열망이 있는 것 같다.
바로 도서관에 달려가서 공화주의를 빌렸다.

책은 길지 않았지만 다른 철학과 인문학 서적이 그렇듯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공화주의는 자유주의와 똑같이 자유에 대해서 다루는 한 가지 형태의 철학이라고 보여진다.

공화주의에서의 자유는 사적 예속이 없는 상태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주인이 착해서 간섭 안받고 자유인처럼 사는 노예는 아주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래도 노예다.
공화주의에서의 자유란, 노예에게 주인(사적 예속)이 없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자유는 좀 다른데, 개인이 의사를 가지고 간섭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가를 자유로 본다.

공화주의의 자유에 대한 좀 더 가까운 실례는 이렇다.
남자는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더 강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항상 여성은 남성이 휘두를 지도 모르는 폭력에 예속돼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법과 정치가 제약을 두고 이 예속을 잘라내 주기 때문에 사회를 유지하고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

공화주의에서의 법이 중요한 이유이다.

또 다른 공화주의가 사회를 유지하는 장치는 사람들의 소속감과 도덕심이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참 다르고 도덕심이라는 것은 잣대지을 수 없는 하나의 스펙트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토스가 어째서 세워졌는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하자면, 의사나 전문직으로서 가질 수 있는 지위는 높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회가 압박하는 예속을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던게 아닌가 싶다.
전문직이라면 속해 있는 환경(직장, 상사, 월급, 사회적 지위) 등에 예속되어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내 권리를 일부 제한함으로써 다른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장치이지만 나에게는 예속일 수 있다.
만약 내가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든다면, 돈을 많이 번다면, 이러한 예속을 그래도 한 겹 벗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고 있으면서 계속해서 결국에는 현실에서 법과 정치가 갖는 제한과 예속을 끊어낼 수 있는 한가지 만능키가 '막대한 부' 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